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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도 못하는 일 — 부모의 관찰이 완성하는 아이의 성장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찰

언제나 중요하였지만 지금은 더 중요합니다.
지금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는 그 어느 때보다 학업의 양이나 질이 좋은 세대입니다. 그래서 나름 분석적이고 명확한 신호를 찾는 세대지요. 제목에 ‘인공지능도 못하는 일’이라고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그 어느 시대보다 부모의 자녀에 대한 관찰이 중요한 것은 왜일까요? 차근차근 하나씩 풀어나가 보겠습니다.

1. 왜 부모는 자녀를 ‘관찰’해야 할까요?

관찰평가는 전문가들이 하는 부분입니다. 전문가들은 중립성과 객관성 그리고 평가의 기준이 되는 FRAME을 가지고 있고, 관찰평가에 대한 전문적 훈련을 받고 경험을 쌓아왔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는 자녀를 관찰해야 합니다. 전문가와 질적인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왜 일까요?
아이의 성장은 하루 24시간, 365일 멈추지 않고 일어납니다. 특히 만 10세 이전의 어린 아동들에 대한 부모의 관찰은 가장 광범위하고 가장 깊이 있는 관찰입니다. 그래서 부모만이 할 수 있는 관찰영역이 있습니다.
태내 환경과 초기 애착 경험 — 부모만 아는 ‘출발점’
임신 기간 동안의 신체·감정 상태, 출생 직후 애착 형성 과정, 초기 양육 경험 속에서 드러난 기질 특성을 알고 있는 유일한 존재가 부모입니다. 이와 같은 정보들은 발달 해석에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전문가의 경우 부모님과의 질문에서 어느 정도의 유형 파악이나 특성 파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부모만이 알 수 있는 영역이 꽤나 많습니다. 그래서 부모의 관찰은 아이의 성장경로, 성장의 출발점을 정하는데 매우 중요합니다.
24시간 주기 리듬 — 바이오리듬(수면, 피로, 감정)의 미세 패턴
아이들은 시간대에 따라 달라집니다.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는 것이 제일 좋은지, 어느 시간에 집중이 잘 되는지, 배고픔·수면의 리듬은 어떤지, 이러한 시간기반 변화는 단편적인 관찰로는 절대 알 수 없습니다. 부모가 하는 지속적 관찰에서만이 알 수 있는 것들입니다.
환경 변화에 대한 즉각적 반응
부모는 아이가 환경 변화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여러 상황에서 알고 있습니다. 연령이 어릴 때의 기억들도 다 가지고 있고, “유치원 가면서부터 수줍음이 줄어들었어요” 라든가 “만 3세 이전에는 편식이 엄청 심했는데 이제 좀 나았어요”  등 시간에 변화한 반응과 태도에 대해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환경의 변화에 대해 아이가 보이는 반응을 예측할 수도 있고 미리 대처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신호를 가장 빠르게 보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맥락 기반 해석 — 과거–현재를 연결할 수 있는 관찰
부모는 이전과 지금의 관찰치들을 통해 예측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검사나 평가의 해석은 부모와 함께 해야 하고 그 형태는 컨설팅입니다. 전문가는 “이런 행동들은 이런 특정 상황에서 나오던데 맞나요? 지금까지 보신 바에 근거해도 예측이 되시는 반응인가요?”라고 물어야 합니다. 전문가는 오히려 해석에 있어서 부모에게 중립성, 객관성 그리고 또래들이 보이는 태도와 반응과의 비교, 평가결과와의 연결성 등을 제시해야 합니다. 그리고나서 그 후에 부모와 함께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여 해석해야 합니다. 그러니 그 기초는 부모와 관찰이 되는 것이겠지요?

2. 부모의 관찰은 AI 시대에 왜 더 중요할까요?

우리가 하는 TGT 검사는 AI 분석도구들도 사용하고 AI를 통해 성장 시뮬레이션을 생성합니다. 최근에 많이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더러운 다량의 데이터’보다는 ‘깨끗한 소량의 데이터’가 더 좋다는 말입니다. 우리들의 아이, 한 자녀에 대한 데이터는 소량이지만 깨끗해야 하겠지요. 그래야 아이의 성장에 대해 우리가 분석하고 AI 성장 시뮬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깨끗한 소량의 데이터가 바로 부모님들의 관찰 데이터입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관찰에 근거한 데이터를 통해 결과를 분석할 수는 있고 성장 시뮬레이션을 생성할 수 있지만 정작 깨끗한 소량의 데이터를 전문가들과 AI 가 만들 수 없습니다.
AI 시대일수록 관찰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고 특히 부모가 가장 강력하게 발휘할 수 있는 교육 역량입니다.
따라서, 부모의 관찰은 아이의 성장 정보 중 가장 중요하고 신뢰도 높은 데이터입니다.
엄마는 자녀의 -10개월을 아는 유일한 사람입니다. 태내 성장이나 발달에 대해 우리는 신체발달과 정상발달이라는 측면에서만 보고 있지만 실은 -10개월 즉 태내의 10개월은 아이의 특성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시기입니다. 부모만이 그 시기의 특성을 알 수 있습니다.

3. 그러나, 부모의 관찰은 이 조건을 따라야 합니다.

부모의 관찰은 의미있고 가치로우며 유일한 것입니다. 그러나 ‘관찰’이라는 형식만을 띈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부모의 관찰이 AI 시대에 너무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따라주셔야 하는 조건이 있습니다.
관찰의 기본 원칙은 ‘DO NOTHING (아무 것도 하지 않기)’ 입니다.
“엄마가 너 글씨 똑바로 쓰나 안 쓰나 볼꺼야” 혹은 “이거 마칠 때까지 책상에 앉아있나 볼꺼야” 라고 한다면 이것은 관찰이 아닙니다. 이와 같은 것은 그저 하라는 대로 하나 안 하나에 대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는 LOOK 아니라 OBSERVE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으니까요. 관찰은 자연스런 상황에서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더 좋은 것은 부모가 전문가들의 관찰기법처럼 관찰하는 순간에는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실천하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와 자녀의 놀이 상황을 관찰할 때 꽤나 자주 일어나는 일이 “음….” 혹은 “쓰읍…”이라는 소리를 부모가 낼 때 아이의 반응이 달라지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모습을 관찰하시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보는 것입니다.
아이가 먼저 말을 시킬 때도 있지요. “엄마 이거 좀 도와줘”라고 하면 그 부분을 도와주시면 됩니다. 그러나 먼저 “이리 줘. 내가 해줄게”라고 하시는 건 적절하지 않지요. 늘 그러실 수는 없을 것입니다. 다만 기본 원칙이구나 기억하시면 좋습니다.
아이가 관찰을 특별한 이벤트나 특별한 과제로 느끼면 안 됩니다.
“자 이제부터 엄마가 볼꺼야” “이제부터 아빠가 한 번 볼꺼야” “라고 한다면 아이는 그 상황을 특별한 이벤트나 과제로 인식하게 되지요. 당연히 자연스런 반응이 나오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가 도와주거나 개입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관찰하시면 됩니다. 아이가 간혹 부모를 보고 웃거나 표정을 지으면 반응을 자연스럽게 보여주시게 되지요. 좋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너가 스스로 어떻게 하는지 보고 있는 거니까 말 시키지 마” 등으로 말씀하시면 이벤트가 되어버리지요. 적절한 관찰이 이루어지기 힘듭니다.
관찰은 기록으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관찰은 기록과 수집이 중요합니다. 스마트폰 사진을 많이 남기면 좋지만 아이가 무엇인가를 하고 있을 때 사진을 찍으면 아이는 “왜?”라고 물을 것이고 그러면 흐름이 끊길 수 있답니다. 그냥 편안하게 상황을 적으시면 되지요. 목적이 있다면 보다 구체적인 관찰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무기력해지는 것에 대해 걱정이 되신다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특히 무기력해지는 시간을 알면 좋습니다.
대부분의 무기력해지는 자녀를 둔 부모들은 “언제 주로 무기력한가요?”라고 물으면 “하루 종일”이라고 답하시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속상하기 때문에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지기 힘든 것입니다. 그럴 때는
(1) 자녀가 무기력해져 있을 때 시간을 기록해둡니다.
자녀가 소파에 앉아 멍하게 있거나 침대에 누워 멍하게 있다면 몇 시 몇 분인지 적어둡니다. 아무 판단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시간만 적어주세요.
(2) 적힌 시간들을 분석합니다.
적힌 시간을 보면 정말 하루종일일 수도 있고, 주로 점심 먹고 나서 저녁 전에 그럴 수도 있고 아침에 일어나서 그럴 수도 있습니다. 아이마다 패턴을 보이겠지요.
(3) 가장 덜 무기력한 시간과 가장 더 무기력한 시간에 관찰합니다.
위에 적은 시간이 가장 덜 몰리는 시간대를 정할 수 있습니다. 그 시간에 30분 정도 관찰하고, 가장 더 무기력한 시간대를 정해 역시 30분 정도 관찰합니다.
그렇게 정리와 기록을 해두기를 계속 하세요. 저희는 항상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은 어떻게든 신호를 보낸다”라고요. 기록한 것들이 모이고 그것을 부부가 같이 혹은 전문가와 같이 분석하고나면 평소에 보지 못한 것들이 보일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관찰과 기록은 자녀의 행복하고 건강한 성장에 필수입니다.